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6)가 60년을 넘게 지켜온 망명정부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10일 망명정부가 위치한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1959년 티베트 국민 봉기 52주년 기념연설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 사임의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그는 망명정부 수반 직은 그만 두지만, 정신적 지도자 역할은 계속 맡게 된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기념연설에서 “1960년대부터 티베트 인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맞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이제 권력 이양을 실행할 때가 됐다”고 말해 후계자 지정 방식 대신 직접 선거 방식을 제안했다. 또 “다음 주 망명정부 의회가 소집되면 사임에 필요한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티베트의 정당한 명분을 위한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중국에 대한 정치적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또 “사임 의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사임이 장기적으로는 티베트 인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하며, 나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고 여성 최고지도자 선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달라이 라마의 사임발표는 자체적인 달라이 라마를 내세우며 그 지위를 이용해 티베트를 통치하려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 달라이 라마는 전대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를 ‘판첸 라마’로 지정하는 상징적 세습구조에 따라 지난 1995년 5월 6살인 겐둔 최끼 니마를 판첸 라마의 11대 환생자로 지목해 후계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니마를 연행한 이후 아직까지 그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중국은 지난 7일 현 달라이 라마는 그의 후임 달라이 라마를 선정할 권한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 티베트 독립운동 대표인 스테파니 브릭덴은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만이 티베트의 정치적·종교적 통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자신들이 지정한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정치적 지도자 이양은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분리하려는 것”이라며 “은퇴 선언은 달라이 라마가 죽은 뒤 중국이 자체적인 달라이 라마를 내세워 종교적인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인 부분을 조종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달라이 라마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사퇴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면서 “이번 사퇴발표 역시 국제사회를 속이기 위한 속임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