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 안창호)는 ‘세계 아동의 날’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합니다.

11월 20일은 1989년 ｢아동권리협약｣(이하 ‘협약’) 채택을 기념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세계 아동의 날’입니다. 1991년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협약에 따라 아동의 권리 존중․보호․실현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였는데, 최근의 여러 아동인권 현안들은 그러한 약속이 충분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협약은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및 피해자로 10대 청소년이 각기 10명 중 7명 및 6명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최근 딥페이크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강화나 피해자 보호조치 등 일련의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지금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딥페이크 성범죄의 배경에 자리한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나 혐오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지적합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인권은 최대한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도 온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과 학생의 인권은 양자택일의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온전히 학생이 존중받고 교사의 교육활동이 보장되는 가운데, 보호자가 신뢰 속에 협력하는, 그러한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드는 데에 보다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 등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학생과 교사, 보호자와 지역공동체가 다층적으로 숙고하고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각지대 아동들이 있습니다. ‘출생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도 이에 속합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세상에 존재하나 공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위 ‘유령 아동’이 되고,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됩니다. 국제인권조약기구들은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마련을 우리나라에 촉구하였습니다.

 인권위는 2017년 11월 아동의 출생을 빠짐없이 등록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권고하였습니다. 다행히 작년에 출생통보제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후 14일 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임. 출생 1개월 안에 부모 등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신고의무자에게 7일 안에 출생신고하도록 통지하고, 그 후에도 출생신고가 안 되면 지자체가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함.
가 도입되었지만, 현재의 제도는 우리 국민에게만 적용되어 부모의 지위 등에 따라 출생등록이 어려운 이주배경 아동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지난해 감사원이 2015~2022년 의료기관에서 태어나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받은 아동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출생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3,949명에 달함. 이는 모든 출생 미등록 아동 6천여 명의 70%를 차지하는 수치임.
. 모든 아동이 자신의 존재를 공적으로 인정받고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아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거듭 촉구합니다. 인권위도 아동 인권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디지털 성착취,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등 우리사회에서 제기된 아동인권 현안을 적극 살펴보겠습니다. 

이정복 기자  jungbok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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