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임기 중 마지막 특별사면 등을 실시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경제인 21명, 전 공직자·정치인 30명, 공안사범 18명, 사형수 6명 등 총 75명의 특별사면·감형·복권 등 대상자를 의결했다 .

청와대와 법무부는 특별사면의 명분으로 두 가지를 내세웠다. 경제인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10주년을 맞아 불합리한 과거 관행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48명의 공직자·정치인·공안사범에 대해선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 인사에는 김우중 전 회장 등 대우그룹 고위 관계자 8명과 정몽원 전 회장을 비롯한 한라그룹 관계자 3명이 포함됐다. 대부분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때문에 사법처리된 인사였다.

전 공직자·정치인 중에는 현 정권에서 재판을 받은 김대중 정부 관련 인사가 많이 포함됐다.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영래 전 국세청장, 김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이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도 혜택을 받았다.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 등 이명박 당선자와 가까운 인사도 포함됐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실시한 특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근거다.

실제 이번 사면은 청와대의 주도로 이뤄졌다. 법무부가 1차로 명단을 작성해 청와대와 조율하는 통상의 방식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보낸 명단을 기초로 법무부가 실무 작업을 벌인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100명 이상의 규모를 고려했다. 노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검토 대상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인사에 대한 사면을 반대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무 작업은 사실상 대상자를 계속 줄여 나가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면에 대해 “헌법과 법치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 두고 자신의 측근인 최도술씨와 온갖 비리 부패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박 전 비서실장을 사면·복권시킨 건 명백한 사면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울러 형 확정 후 10년 이상 경과한 사형수를 대상으로 죄질, 범정, 수형태도 등을 점검해 해상강도 살인 등을 저지른 A씨(49) 등 6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사면자 명단

◈ 경제인

△김우중(71) 전 대우그룹 회장 △강병호(64) 전 대우자동차 사장 △장병주(62) 전 대우 사장 △김영구(67) 전 대우 부사장 △이동원(63) 전 대우 영국법인장 △성기동(52) 전 대우 이사 △이상훈(55) 전 대우 전무 △김용길(59) 전 대우 전무 △김경엽(68) 전 삼신올스테이트 생명보험 대표 △정몽원(52) 전 한라그룹 회장 △장충구(55) 전 한라그룹 기획경영실장 △문정식(52) 전 RH시멘트 대표 △장흥순(47) 전 터보테크 대표 등 21명


◈ 공직자·정치인

△고석구(59) 전 수자원공사 사장 △박혁규(53) 전 국회의원 △양윤재(58) 전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유종근(63) 전 전북도지사 △김대웅(62) 전 광주고검장 △김진(58)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손영래(52) 전 국세청장 △신건(66) 전 국가정보원장 △신승남(63) 전 검찰총장 △이기택(70) 전 국회의원 △이연택(71) 전 노동부 장관 △이정일(60) 전 국회의원 △임동원(73) 전 국가정보원장 △한화갑(68)전 국회의원 △강신성일(70) 전 국회의원 △김명규(65)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성호(61)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지원(65)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심완구(69) 전 울산광역시장 △안병엽(62) 전 국회의원 △윤영호(67) 전 한국마사회장 △이형택(65)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최도술(60)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홍경령(42) 전 검사 등 30명


◈ 노동ㆍ집단행동 등 공안사범

△김성환(49) 이천전기 매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재정(67)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지태(47) 평택범대위 공동대표, 대추리 이장 △이남순(55) 전 한국노총위원장 △이지경(40) 포항건설노조 위원장 △황선(33)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등 18명

김정길 기자  presskim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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