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28일 청와대에서 첫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당선자는 이날 저녁 6시30분 자신이 선거 유세 때 타고 다녔던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본관 현관에 도착했으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문재인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이 당선자는 현관 안쪽 1층 로비에서 기다리던 노 대통령을 만났다. 이 당선자가 들어오자 노 대통령은 "어서 오십시요"라며 인사를 건넸고, 이 당선자도 "나와 계시네요"라고 대답했다.

백악실에 들어선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자리 배치를 놓고 서로의 예우를 갖췄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보다 상석인 중앙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 것을 두고 "내 마음은 당선인이 나보다 윗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돼있나 보다"며 "퇴임 뒤 (청와대에) 오는 일이 있으면 제가 그자리에 앉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임기가 다 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다"고 서로 존중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만찬는 6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진행됐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의 대화는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귀향 문제, 청와대 생활의 이모저모, 청와대 국정관리 시스템과 문서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대통령 업무 인수인계 관련사항,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 국회에 계류 중인 임대주택법, 4대보험통합징수법, FTA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이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2005년부터 인수인계에 대비해 전자문서관리시스템과 국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통령 기록관리법에 따라 이관 보관하고 있으므로 각종 업무 인수인계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고, 일부에서 말하는 문서 폐기 등은 일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디지털 시대에 그런 제도를 청와대가 앞서서 이런 것을 이끌어 나간 것은 정말 잘된 것 같다. 직접 대통령께서 챙기시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며, 법도 시스템도 돼 있으니 역대 어느 때보다 인수인계가 잘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당이 다르고 정치적 비판을 주고 받을 수 있고, 퇴임후에도 정책은 비판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갖고 가야 한다는 것을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이 당선자는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참여 정부에 대해서도 이 당선자는 "한미 FTA 체결은 정말 잘한 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미국 시장을 먼저 겨냥했다는 것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할 줄은 몰랐는데 임기 중에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나도 한나라당 농촌 의원들과 농민들을 설득해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저도 국회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 등 서민경제와 직결된 사항에서도 노 대통령이 "임대주택법과 4대 보험 징수 통합법을 시급히 처리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정파의 이익을 떠나서 국민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시급한 법안"이라고 협조를 당부했고 이 당선자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이날 만찬 음식으로는 한식과 전복술찜, 홍삼죽, 삼색전, 살치살구이, 회, 과일 등으로 했으며, 반주는 와인으로 했다.

김정길 기자  presskim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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