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요즘 같이 날씨에 온몸이 수그러드는 이 때. 몸과 함께 얼어버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자전거 아저씨 한 분이 있다. 착한 가격은 기본이요, 착한 서비스에 인심까지 덤으로 얹어주는 이른바 '착한 자전거' 사업을 운영 중인 오홍금(53)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김 모 씨는 "이렇게 저렴하면 수익이 남을까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서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여기에 주인장이 친절하게 기술도 알려주고, 서비스도 좋으니 올 때마다 사람이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전주종합경기장 내 문을 연 '착한 자전거'


전주종합경기장 내에 위치한 '착한 자전거'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지역 내 무분별하게 방치된 자전거를 수리·수거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시중가보다 7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를 고쳐주는 곳이다. 또, 다가구 및 학교, 사회단체를 직접 방문해 이동수리도 해준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자전거 전도사'라고 불리는 오홍금(53)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자전거 매력에 푹 빠져 지금껏 30년 넘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자전거는 경제적인 녹색 교통수단인 동시에 환경까지 챙길 수 있다."는 자전거 예찬론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 대표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기관사 엔지니어로 일할 때부터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밤에는 대학을 다니며 가족까지 부양했던 당시 그에게 자전거가 더 없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일본은 물가가 비싼 데다 가족까지 부양하면서 학교를 다니려다 보니 자동차를 사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며 "가난한 유학생활을 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이동수단을 찾던 중 자전거에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시절 자전거에 매력에 푹 빠져 자전거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착한 자전거' 대표 오홍근 씨.


"제가 유학하던 시절인 80년대 일본은 10대부터 70대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돼 있었지요. 일본 유학을 마치고 1990년 독일에서 유학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려서부터 자전거의 중요성을 가정에서부터 온몸으로 습득하고 체험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지요."

선진국의 자전거 문화를 보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자전거 문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마음 먹은 오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하면 교통수단으로 생각지 않고 위험한 도구로 생각하는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에 힘썼다. 국제기능올림픽 기술위원장으로서 그의 손을 거쳐 간 학생들도 벌써 100여 명이 넘는다. 그는 "제가 잘하는 분야가 엔지니어 쪽이다보니 장애인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자전거 기술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홍근 대표는 '자전거는 환경까지 생각하는 똑똑한 녹색 교통수단'이라며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기술 교육을 전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갖게 된 오홍근 대표. 이는 오 대표가 자신의 사비를 탈탈 털어 지난해 '착한 자전거'를 열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현재 장애인 3명과 고령자 1명을 고용해 기술 습득을 지도하며, '착한 자전거'를 꾸려 나가고 있다. 아울러 이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능력이 생기면 재취직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하고 있다.

"제가 자전거전문점을 연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학교 일도 바쁠 텐데 무슨 그런 것을 하냐며 핀잔을 주더라고요. '자전거에 미쳤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미쳐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 말이 듣기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물꼬를 터야한다는 생각에 제가 앞장선 것이지요."

자신이 수리한 자전거를 시승해 보는 오홍근 대표. 그는 30년 넘게 출퇴근 길도 자전거와 함께 한다.


딱히 홍보를 하지 않은 데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도 하루 평균 30~40명 정도가 입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는다. 하루 평균 10여 명의 고객이 찾는다는 일반 자전거 전문점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서비스가 좋다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시중가보다 70%나 저렴한 탓에 하루 평균 수입은 3만 원도 채 되지 않이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오 대표는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자전거를 고쳐주면서 자전거 교육도 하고, 자전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사실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면 제 생활이 팍팍하기는 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앞으로는 수익기반을 마련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시

중보다 70%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오홍근 대표. 그의 꿈은 '착한 자전거' 1호점에 이어 2, 3호점을 열고,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는 "유학을 가서 자전거에 소중함을 알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남들이 보기에는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자전거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고 당찬 어투로 말했다.

그는 이어 자전거 전도사다운 멘트도 잊지 않았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후손들을 위해 환경을 지켜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생활 속에서 녹색 교통수단을 애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줘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여기에 '믿음'까지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착한 자전거'가 1호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호점, 3호점으로 계속 성장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그의 무한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정책기자 박기태(고등학생) sosrncnf28@naver.com(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