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답답해지는 일도 많고 그로인해 궁금한 것도 많아 그것을 풀어 보고 싶은 궁금증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디 그뿐일까. 비밀처럼 누구에게 속시원히 말할 수 없는 가슴속의 한을 풀어내고 싶어도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무꾸리를 하러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유발심(誘發心)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점을 치는 이유는 진실을 알기위한 목적이다. 진실이란 신(神)의 의지(意志)를 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신의 뜻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곧 신의 벌을 
 
받는 것으로 믿었으며 그 신벌(神罰)을 받지않기 위하여는 먼저 신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신의(神意)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였다. 미래에 대한 예지욕망(豫知欲望))은 인간의 기본욕구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길흉화복의 판단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 무교에서는 앞일을 정확히 내다본 다거나 점을 쳤더니 재수있고 덕(德)이 있는 일이 있었다 하는 것은 어떤 신제자와 좋은 인연이 닿았는지에 있다. 신이 내렸다고 해서 다 영검하고, 점잘 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변치않고 꾸준히 무업을 해왔다면 묻고자하는 무꾸리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그 지나온 세월의 자락에는 오랜 수련 과정을 통하여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으로 인간의 뜻을 신에게 전달하고 소원을 성취시킬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김혜숙 만신은 신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신의(神意)에 따라 행동해온 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혜숙 만신은 우리의 굿과 전통문화, 상고역사에 관심이 많은 무당이기도 하다. 무가사설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김혜숙 만신은 서울 강북문화원에서 삼각산축제가 열렸을 때, 1997년 음력 10월 개천제開天祭 순서로 조상굿에 참여하였고, 1999년 8월 20일에는 기이하게도 독일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의 신명 좌정굿을 하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신명세계에서는 이러한 일은 다반사다. <헤르만 헤세의 신명 좌정굿>을 하게된 연유는 이러하다. 헬만 헤세는 1962년에 뇌출혈로 사망했는데, 그가 사망한 후 어느 날, 둘째 아들인 하이너 헤세의 꿈에 나타나 “나의 전생이 한국에 있으니 나의 유품을 한국으로 보내라”는 몽중유언夢中遺言을 하여, 어떤 분들은 헤세의 유품을 한국으로 들여오기도 하였고, 김혜숙 만신이 이 소식을 시인 박송희님으로 부터 듣고 연오구굿(조상거리)를 하였다.

김혜숙 만신은 2005년 칠월칠석날 광화문 앞 옛 경기도청자리에서 굿을 하였다. 그녀는 <칠성굿> 중 칠성 청배와 <만구대탁굿>에서 <별 따기>를 뽑아 하나로 묶어 굿을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설립이래 광화문 한복판에서 굿을 한 무당은 김혜숙 만신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의미는 깊다할 수 있겠다.

이날 처음에 직녀제를 지내고 나서, 창, 견우와 직녀의 춤, 살풀이춤, 아만의 춤의 순서에 이어서 벌어졌다. 직녀제가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렸고, 이를 지루하게 여겨 참지 못한 사람들은 구경을 하다가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김혜숙 만신의 굿은 자리를 뜨지 않고 남아 있던 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순서가 굿으로 들어가면서 굿판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굿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대중성·신비성과 김혜숙 만신 만이 가지고 있는 굿의 색깔이 굿을 모르는 관중의 관심을 끌게 한 것이다. 2005년이 광복 60년이 되는 해이므로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뜻 깊은 일은 없었다.

이러한 일은 무당으로서 하늘과 조상의 선택을 받은 자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가 일제로부터 해방 된지 60년, 대한민국의 나이가 환갑이 되는 해 칠월칠석날 지낸 칠석제 때, 칠성복을 입고, 흰 고깔을 쓰고, 제금을 울리며, 당당하게 광화문 앞에 서서, 우리의 하나님인 칠성님을 청배하여 모시고, 우리의 시조들을 불러 모셔 들여, 비록 짧은 굿이지만 천신과 조상과 후손이 화해동심하는 굿을 행함으로써 우리 무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매사 적극적이다. 이북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현재 신당에 걸려있는 종합탱화 역시 선몽을 받아 하나하나 받아 모신 분들이다. 탱화에는 선녀애기씨, 칠성님, 깨박수 할머니, 넋대신 할머니, 삼각산 할아버지, 장군님 두분, 외가부리에서 들어오신 신안 앞바다 성수장군, 11살 때 받았다는 밀대머리에 머리카락 3개뿐인 동자는 여느 신당에서 보기 힘든 인물화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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